돈키호테 서평 – 미친 사람이 제일 멀쩡해 보이는 순간

돈키호테 - 세르반테스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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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는 풍차 장면 하나로 기억되는 책입니다. 그런데 그 장면은 초반에 아주 잠깐 나옵니다. 기사도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자기가 기사라고 믿게 된 시골 노인 이야기입니다.

돈키호테는 어떤 책인가

세르반테스가 1605년(1부)과 1615년(2부)에 발표한 소설입니다. 웃기려고 쓴 책이고 실제로 웃깁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웃음이 불편해집니다.

핵심: 사람들이 그를 놀리려고 판을 짭니다. 공작 부부는 가짜 성과 가짜 모험과 가짜 마법사까지 준비하고, 산초에게 가짜 섬의 총독 자리를 줍니다. 미친 사람보다 그 미침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사람들이 더 이상해 보입니다.
  • 기사도 소설에 빠져 스스로 기사가 됨 → 풍차·양떼와 싸움
  • 2부 → 사람들이 판을 짜서 그를 놀림
  • 마지막 → 제정신으로 돌아옴

읽으면서 걸린 지점 5가지

  1. 웃음이 불편해진다
    처음엔 그의 착각이 웃깁니다. 뒤로 가면 놀리는 사람들이 더 이상해 보입니다. 웃음의 대상이 바뀝니다.
  2. 산초가 좋다
    처음엔 섬을 준다는 말에 욕심으로 따라나선 사람인데, 끝에는 주인이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걸 슬퍼합니다.
  3. 산초의 말이 갈수록 좋아진다
    처음엔 속담을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사람이었는데, 뒤로 가면 그 속담이 주인의 연설보다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4. 매우 길고 삽화가 반복된다
    착각하고, 부딪히고, 얻어맞는 패턴이 계속됩니다. 앞부분만 읽고 덮는 사람이 많을 만합니다.
  5. 2부의 구조가 재미있다
    1부를 읽은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서 시작합니다. 자기 소설이 소설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기억에 남은 장면

마지막 장면입니다. 돈키호테가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자기가 어리석었다고, 기사도 소설은 다 헛것이었다고 말하고 유언을 남깁니다.

그때 산초가 웁니다. 그리고 말립니다. 일어나시라고, 다시 나가자고, 또 모험을 가자고.

이 장면이 놀라운 이유: 미친 걸 고친 게 이 소설에서는 슬픈 일로 그려집니다. 웃기려고 시작한 책이 여기까지 온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사백 년 전 소설인데 마지막 몇 장이 제일 현대적입니다.

한눈에 보기

항목 내용
지은이 미겔 데 세르반테스 (1605·1615년)
분량 매우 깁니다. 삽화가 반복됩니다
문장 능청스럽습니다. 대화가 특히 좋습니다
추천 끝까지 갈 각오가 있는 분. 2부가 값을 합니다
비추천 반복되는 구성을 못 견디시는 분
점수 9.0 / 반복되는 삽화만큼 깎았습니다

총평: 끝까지 간 사람에게만 값을 치른다

두껍고 산만합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두 인물이 진짜 사람이 됩니다. 1부에서는 놀림감이던 사람이 2부에서는 자기를 아는 사람이 됩니다.

누가 미친 쪽인지가 조금씩 흐려집니다. 그 흐려짐이 이 소설의 목적지입니다.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걸리버 여행기 — 함께 보면 좋습니다. 둘 다 웃기려고 쓴 형식을 빌려 사람을 아프게 찌릅니다. 다만 세르반테스는 마지막에 인물을 사랑하고, 스위프트는 끝까지 사랑하지 않습니다.
  • 이방인 — 세상과 어긋난 인물이라는 점은 같은데, 돈키호테는 자기 세계를 만들고 뫼르소는 아무 세계도 만들지 않습니다.
  • 오디세이아 — 꾀로 헤쳐 나가는 주인공이라는 점이 같습니다. 한쪽은 꾀로 이기고 한쪽은 꾀가 없어서 집니다.
  • 모비딕 — 관념 하나에 인생 전부를 걸어버린 사람이라는 점이 같습니다. 한쪽은 기사도이고 한쪽은 흰 고래입니다.

Q&A 자주 묻는 질문

Q1. 풍차 장면이 전부인가요?

아닙니다. 초반에 아주 짧게 나옵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2부와 마지막 장면에 있습니다.

Q2. 너무 길어서 못 끝낼 것 같습니다.

1부만 읽고 멈추셔도 됩니다. 다만 2부가 값을 하는 책이라, 가능하면 2부 초반까지는 가보시길 권합니다. 자기 소설이 소설 안에 들어오는 구조가 거기서 시작됩니다.

Q3. 축약본으로 읽어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다만 축약본은 대개 우스운 장면 위주로 남기고 마지막의 무게를 덜어냅니다. 그 점을 감안하시면 됩니다.

Q4. 왜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하나요?

인물이 소설 안에서 변한다는 구조를 처음 본격적으로 보여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부에서 인물이 자기 이야기를 읽는 설정도 당시로선 전례가 없습니다.

Q5. 산초는 어떤 인물인가요?

처음엔 욕심으로 따라나선 농부입니다. 뒤로 갈수록 주인보다 현실을 정확히 봅니다. 마지막에 우는 사람도 산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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