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은 너무 유명해서 읽은 줄 착각하게 되는 부류의 책입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는 그 문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앞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데미안은 어떤 책인가
헤르만 헤세가 1919년에 발표한 소설입니다. 싱클레어라는 소년이 착한 아이로 자라다가, 그 착함이 사실은 겁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데미안이라는 인물을 만나 자기 안의 다른 세계를 발견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 거짓말 하나로 불량배 크로머에게 붙잡힘 → 밝은 집과 어두운 세계가 갈라짐
- 데미안을 만남 → 답을 얻는 게 아니라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라는 말을 들음
- 아프락사스, 표적 → 이야기가 관념 쪽으로 기울며 끝을 향함
읽으면서 걸린 지점 5가지
- 착함이 사실은 겁이었다
싱클레어는 착한 아이입니다. 정확히는 착해야 한다고 배운 아이입니다. 그 둘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데미안은 답을 주지 않는다
스승 노릇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라고 할 뿐입니다.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태도가 이 작가에게 일관됩니다. - 전반부가 훨씬 구체적이다
크로머에게 시달리는 대목은 지금 읽어도 숨이 막힙니다. 돈을 뜯기고, 들킬까 봐 떨고, 집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합니다. - 후반부는 솔직히 잘 잡히지 않았다
아프락사스니 표적이니 하는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인물이 사람이라기보다 상징으로 움직입니다. 이해했다기보다 따라갔다는 쪽이 정직하겠습니다. - 읽는 시기를 놓쳤다는 아쉬움
지금의 저는 싱클레어가 겪는 혼란을 이미 지나온 쪽입니다. 그래서 같이 아파하는 대신 “그래, 그런 시기가 있지” 하고 정리해 버리게 됩니다. 그게 손해였습니다.
기억에 남은 장면
크로머에게 붙잡힌 싱클레어가 집에 돌아오는 장면입니다. 거짓말 하나 때문에 동네 불량배에게 잡혀 돈을 뜯기고 있습니다. 그 상태로 집 문을 엽니다.
집 안은 여전히 밝고 따뜻하고 깨끗합니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사소한 일로 그를 나무랍니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내용 |
|---|---|
| 지은이 | 헤르만 헤세 (1919년 발표) |
| 분량 | 얇습니다. 전반부는 빠르게, 후반부는 느리게 읽힙니다 |
| 문장 | 아름답습니다. 다만 그 아름다움이 가끔 내용을 가립니다 |
| 추천 | 지금 자기 자리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십대와 이십대 |
| 비추천 | 상징과 관념이 나오면 힘들어지는 분 |
| 점수 | 8.5 / 후반부가 잡히지 않은 만큼만 깎았습니다 |
총평: 읽는 시기가 점수를 바꾸는 책
성장소설의 원형이라 불릴 만합니다. 다만 원형이라는 말은, 뒤에 나온 책들이 이걸 더 쉽게 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처음 읽으시면 어디선가 본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순서가 반대입니다.
열여덟에 읽었다면 9.5를 줬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내용보다 독자의 나이가 점수를 정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스무 살 무렵의 누군가에게 권할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싯다르타 — 같은 작가의 작품입니다. 둘 다 남이 준 답을 거절하는 이야기인데, 데미안은 거절하는 데까지 가고 싯다르타는 그다음까지 갑니다.
- 이방인 — 세상과 어긋난 젊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옆에 놓을 만합니다. 다만 싱클레어는 어긋남을 견디려 하고, 뫼르소는 견딜 생각조차 없습니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독일 소설의 두 시기입니다. 둘 다 젊은 사람이 자기 안으로 파고드는데, 한쪽은 건너가고 한쪽은 무너집니다.
Q&A 자주 묻는 질문
Q1. 그 유명한 문장만 알면 다 아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 문장은 책의 절반쯤에서 편지로 등장하는 짧은 대목이고, 앞뒤 사정을 모르면 표어처럼만 읽힙니다. 크로머에게 시달리는 전반부를 읽어야 그 문장이 왜 나왔는지 알게 됩니다.
Q2. 몇 살에 읽는 게 좋나요?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을 권합니다. 그 시기의 혼란이 진행 중일 때 읽으면 같이 아프고, 지나온 뒤에 읽으면 정리하듯 읽히게 됩니다. 저는 후자였고 그게 아쉬웠습니다.
Q3. 싯다르타와 데미안 중 뭘 먼저 읽나요?
데미안을 먼저 권합니다. 발표도 먼저이고, 질문을 던지는 쪽이 데미안, 그 질문을 안고 끝까지 가보는 쪽이 싯다르타라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Q4. 후반부가 어렵다는데 어떻게 읽나요?
전부 이해하려 하지 마시고 그냥 읽어 넘기셔도 됩니다. 아프락사스 같은 개념은 정확한 해석보다 분위기로 기능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저도 따라간 정도였고, 그래도 책이 남았습니다.
Q5. 청소년에게 읽혀도 되나요?
내용상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술과 방황을 다루는 대목이 있고 결말이 명확한 교훈으로 닫히지 않아, 읽고 나서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있는 편이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