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부처의 일대기라고 생각하신 적 없으신가요? 저도 그렇게 알고 펼쳤습니다. 그런데 싯다르타에는 부처가 따로 등장하고, 주인공은 그 부처를 눈앞에서 만나고도 제자가 되지 않습니다. 이 한 장면이 이 책 전체를 설명합니다.
싯다르타는 어떤 책인가
헤르만 헤세가 1922년에 발표한 소설입니다. 한 사람이 깨달음을 찾아 집을 떠나고, 수행자가 되고, 속세로 내려가 망가지고, 마지막에는 강가의 뱃사공이 되기까지를 따라갑니다. 사건이 많은 소설은 아닙니다. 같은 질문이 형태를 바꿔 계속 돌아옵니다.
- 완성된 스승을 만남 → 가르침이 옳다고 인정 → 그래도 제자가 되지 않음
- 속세로 내려감 → 장사, 도박, 향락 → 스스로 망가짐
- 강가의 뱃사공이 됨 → 흘러가면서 언제나 거기 있는 것을 봄
읽으면서 걸린 지점 5가지
- 부처를 거절하는 장면
가르침이 틀려서가 아닙니다. 남의 가르침으로는 안 되는 종류의 것이 있다고 판단해서입니다. 이 거절이 뒤의 모든 고생을 만듭니다. - 중간부가 제일 불편했다
앞에서 그렇게 맑던 사람이 속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길게 봅니다. 솔직히 읽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편함이 없으면 후반부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강이라는 장치
강은 흘러가는데 언제나 거기 있습니다. 당연한 말인데, 그 자리에서는 다르게 들립니다. 설명 없이 이미지 하나로 밀고 갑니다. - 배경 지식은 없어도 된다
불교나 인도 사상을 거의 모르고 읽었습니다. 아는 분이 읽으면 훨씬 많은 것이 보이겠지만, 몰라도 한 사람이 늙어가는 이야기로 충분히 읽힙니다. - 문장이 짧고 계속 돌아온다
읽는다기보다 무언가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일부러 그렇게 쓴 것으로 보입니다.
기억에 남은 장면
아들이 떠나는 대목입니다. 늙은 싯다르타에게 아들이 생기고, 그 아들은 아버지를 견디지 못합니다. 도망친 아들을 쫓아 마을까지 갔다가, 문 앞에서 그냥 돌아섭니다.
자기도 젊은 날 아버지를 그렇게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때 아버지가 붙잡지 않았다는 것을, 그 나이가 되어서야 압니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내용 |
|---|---|
| 지은이 | 헤르만 헤세 (1922년 발표) |
| 분량 | 얇습니다. 다만 빨리 읽히지는 않습니다 |
| 문장 | 짧고 반복적. 리듬이 내용만큼 중요합니다 |
| 추천 | 데미안을 읽고 그다음이 궁금해진 분 |
| 비추천 |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는 소설을 찾는 분 |
| 점수 | 9.0 / 중간부가 길게 느껴진 만큼만 깎았습니다 |
총평: 얇은데 빨리 읽히지 않는 책
다시 읽으면 중간부 점수가 올라갈 것 같기는 합니다. 처음 읽을 때는 그 구간이 그저 길게만 느껴졌는데, 뒤를 알고 보면 다르게 읽힐 여지가 큽니다.
번역에 따라 인상이 꽤 갈릴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장이 짧고 반복되는 구조라서, 그 리듬이 살아 있느냐가 이 책에서는 내용만큼 중요합니다. 여러 판본을 비교해 보고 고르시길 권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데미안 — 같은 작가의 작품입니다. 데미안이 알을 깨고 나오는 이야기라면, 싯다르타는 나온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나란히 두면 좋습니다.
- 연금술사 — 구조만 보면 같은 계열입니다. 떠나고, 헤매고, 돌아옵니다. 다만 이쪽은 보물을 파내지 않습니다.
- 어린 왕자 — 둘 다 얇고, 둘 다 길을 떠났다가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채고 돌아옵니다.
Q&A 자주 묻는 질문
Q1. 싯다르타는 부처의 일대기인가요?
아닙니다. 부처는 고타마라는 이름으로 따로 등장하고, 주인공 싯다르타는 별개의 인물입니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이 소설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Q2. 불교나 인도 사상을 알아야 읽을 수 있나요?
몰라도 읽힙니다. 저도 배경 지식이 거의 없이 읽었습니다. 아는 분이 읽으면 더 많은 것이 보이겠지만, 한 사람의 일생 이야기로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Q3. 데미안을 먼저 읽어야 하나요?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두 작품을 이어서 읽으면 주제가 연결되는 것이 보입니다. 데미안이 먼저 나온 작품입니다.
Q4. 얇은데 왜 오래 걸리나요?
문장이 짧고 같은 이야기가 형태를 바꿔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빠르게 넘기면 남는 게 없고, 속도를 늦추면 그때부터 읽힙니다.
Q5. 번역본은 어떤 것을 고르면 되나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이 책은 리듬이 중요해서 판본 차이가 큽니다. 서점에서 첫 몇 쪽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고르시는 방법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