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서평 – 어른들 별 여섯 개가 제일 아픈 이유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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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안 읽은 사람은 드뭅니다. 그런데 읽었다고 기억하는 것과 실제로 읽은 것이 꽤 다릅니다. 제 머릿속에 남아 있던 건 여우와 장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한 문장뿐이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어떤 책인가

생텍쥐페리가 1943년에 발표한 이야기입니다.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어느 별에서 온 아이를 만나 듣는 이야기의 형식입니다. 다시 펴보니 여우가 나오기 한참 전에 어른들 이야기가 길게 있었습니다.

핵심 질문: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잃는 일인가. 이 책은 그 답을 설명하는 대신 별 여섯 개에 나눠 담아 하나씩 보여줍니다.
  • 왕,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 가로등지기, 지리학자 → 별 여섯 개를 차례로 들름
  • 지구에 도착 → 여우를 만나 길들인다는 말을 배움
  • 장미가 특별한 이유를 알게 됨 → 뱀, 그리고 결말

읽으면서 걸린 지점 5가지

  1. 어릴 때 지루했던 부분이 지금은 제일 아프다
    어른들 별 여섯 개 말입니다. 어릴 때는 여우가 나올 때까지 빨리 넘기고 싶은 구간이었는데, 지금은 여기가 본론으로 읽힙니다.
  2. 술꾼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서, 그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술을 마십니다. 농담처럼 지나가는 장면인데 농담이 아닙니다. 두 문장으로 중독을 다 설명해 버립니다.
  3. 사업가
    별을 세어 종이에 적고 그 종이를 은행에 넣습니다. 소유가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끝내 대답을 못 합니다. 저 여섯 중에 몇 개쯤은 이미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불편했습니다.
  4. 여우 장면은 여전히 좋다
    길들인다는 말을 관계의 정의로 써버린 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시에 온다면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한다는 대목에서 한참 멈췄습니다.
  5. 후반의 뱀과 결말은 잘 모르겠다
    감동을 받아야 할 자리인 건 알겠는데 그 감정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너무 유명해진 탓에 미리 감동할 준비를 하고 읽게 되는 것도 이유일 겁니다.

기억에 남은 장면

다섯 번째 별의 가로등지기입니다. 그 별은 너무 작고 너무 빨리 돌아서, 1분에 한 번씩 해가 뜨고 집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1분에 한 번씩 불을 켜고 끕니다. 쉬지 못합니다. 잠도 못 잡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명령이라고 답합니다.

어린 왕자가 들른 여섯 별 가운데, 유일하게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말한 어른입니다.

이 장면이 좋았던 이유: 이유가 자기 아닌 것을 돌보고 있어서입니다. 왕도 사업가도 자기 이야기만 합니다. 이 사람만 쓸모없어 보이는 일을 성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스꽝스럽게 그려놓고는 그 안에 제일 다정한 말을 숨겨뒀습니다.

한눈에 보기

항목 내용
지은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1943년 발표)
분량 아주 얇습니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힙니다
문장 쉽습니다. 다만 번역에 따라 온도가 꽤 달라집니다
그림 장식이 아니라 본문의 일부입니다. 글만 옮기면 절반이 사라집니다
추천 어릴 때 읽고 오래 잊고 지낸 분
점수 8.5 / 결말이 제게 닿지 않은 만큼만 깎았습니다

총평: 동화의 형식을 빌린 우화

인물이 사람이라기보다 하나의 성질을 대표합니다. 그래서 빠르게 읽히고, 동시에 얕다는 인상도 같이 줍니다. 이 책을 두 번째로 읽을 때 값어치가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따라가고, 두 번째에 비로소 여섯 별이 보입니다.

결말이 닿지 않았다고 적었지만, 이건 책의 문제라기보다 제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미리 감동할 준비를 하고 펼친 책에서 감동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의 한 문장: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연금술사 — 둘 다 얇은 우화이고 둘 다 사막이 나옵니다. 다만 어린 왕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고, 산티아고는 보물을 파냅니다. 그 차이가 두 책의 성격을 가릅니다.
  • 싯다르타 — 천천히 읽을 생각이시라면 이쪽이 더 오래 남습니다. 같은 질문을 어른의 분량으로 풀어놓은 책입니다.

Q&A 자주 묻는 질문

Q1. 아이 책인가요, 어른 책인가요?

형식은 동화지만 내용은 어른을 향합니다. 어른들 별 여섯 개는 아이가 읽으면 지루한 구간이고, 어른이 읽으면 가장 아픈 구간입니다. 같은 책을 두 번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Q2. 번역본은 어떤 것을 고르나요?

문장이 짧고 쉬워서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온도가 꽤 갈립니다. 여우 장면과 마지막 장면 두 대목을 서점에서 비교해 보시고 고르시길 권합니다.

Q3. 그림은 꼭 있어야 하나요?

있어야 합니다. 보아뱀이나 양 상자처럼 그림이 있어야 성립하는 장면이 여러 개입니다. 그림 없는 판본은 절반이 빠진 것으로 보셔도 됩니다.

Q4. 결말이 이해가 안 됩니다.

저도 잘 닿지 않았습니다. 명확한 설명을 주지 않는 결말이라 해석이 갈립니다. 억지로 감동하려 하지 마시고, 여섯 별과 여우 장면에서 남은 것만 가져가셔도 충분한 책입니다.

Q5. 얼마나 걸리나요?

한두 시간이면 다 읽힙니다. 다만 빨리 읽으면 여우와 장미만 기억에 남습니다. 별 하나에 한 번씩 멈추면서 읽으시면 완전히 다른 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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