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는 첫 줄부터 이상합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느냐고 묻고 시작합니다. 1936년 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낯섭니다.
날개는 어떤 책인가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나는 방 안에서 이불을 쓰고 삽니다. 아내는 옆방에서 손님을 받습니다. 아내가 가끔 돈을 줍니다.
나는 그 돈을 쓸 데가 없습니다. 세어보다가 변소에 버립니다. 이 장면 하나로 이 소설을 요약할 수 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한 번에 이해할 생각으로 펴면 안 됩니다. 짧은 대신 여러 번 읽을 수 있으니, 처음에는 문장의 리듬만 따라가셔도 충분합니다.
- 화자의 자기 인식과 실제 처지가 계속 어긋난다
- 제목의 날개는 마지막 한 문단에만 나온다
- 설명을 붙이는 순간 시시해지는 소설
읽으면서 걸린 지점 5가지
- 화자를 믿을 수 없습니다
자기를 천재라 부르지만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 어긋남이 소설 전체를 끌고 갑니다. - 문장이 계속 미끄러집니다
일부러 그렇게 썼다는 걸 알아도 읽기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에 이해할 생각으로 펴면 안 됩니다. - 공간이 곧 처지입니다
안방과 윗방, 이불 속과 바깥이 계속 나뉩니다. 화자는 늘 어두운 쪽에 있습니다. - 제목과 본문의 비율이 이상합니다
제목은 날개인데 날개는 마지막 한 문단에만 나옵니다. 나머지는 전부 방 안입니다. 그 비율이 이 소설의 답일지도 모릅니다. - 교과서식 해설이 좀 납작합니다
식민지 지식인의 무력함이라는 설명이 흔히 붙는데, 그 설명이 닿는 순간 이 소설이 작아집니다.
기억에 남은 장면
마지막에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는 대목입니다. 정오 사이렌이 울립니다. 사람들이 아래에서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때 겨드랑이가 가렵다고 느낍니다. 날개가 돋았던 자리입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한 번만 더 날아보자.
한눈에 보기
| 항목 | 내용 |
|---|---|
| 지은이 | 이상 (1936년) |
| 분량 | 짧습니다. 다만 짧다고 빨리 읽히지는 않습니다 |
| 성격 | 한국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입니다 |
| 문장 | 의도적으로 미끄러집니다. 친절하지 않습니다 |
| 추천 | 실험적인 소설을 견딜 수 있는 분 |
| 점수 | 8.5 /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만큼 깎았습니다 |
총평: 1936년에 이런 목소리가 있었다
친절한 소설이 아닙니다. 줄거리를 따라가려 하면 계속 미끄러집니다.
그래도 이 시기 한국 소설에서 이런 목소리는 여기밖에 없습니다. 좋아하기는 어려운데 잊기도 어려운 종류의 글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변신 — 둘 다 방 안에 갇힌 남자 이야기입니다.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어 갇히고, 이쪽은 아무 일도 없는데 갇혀 있습니다.
- 이방인 — 설명을 거부하는 화자라는 점에서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1930년대 전후의 기록이라는 점이 같습니다. 다만 이상은 자기를 천재라 부르고 윤동주는 부끄럽다고 씁니다.
- 님의 침묵 — 같은 시기 다른 형식입니다. 한쪽은 방 안에 갇히고 한쪽은 떠난 이를 부릅니다.
Q&A 자주 묻는 질문
Q1. 어렵다는데 정말 어렵나요?
어렵습니다. 다만 짧아서 여러 번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이해하려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Q2. 줄거리를 먼저 알고 읽어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이 소설은 사건이 아니라 문장과 상태가 핵심이라 줄거리를 안다고 손해가 없습니다.
Q3. 교과서에서 배운 해석이 맞나요?
틀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해석만 붙들면 소설이 좁아집니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남겨두시길 권합니다.
Q4. 이상의 다른 작품도 볼까요?
오감도 연작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날개보다 훨씬 난해해서 순서는 이쪽이 먼저입니다.
Q5. 몇 살쯤에 읽으면 좋을까요?
특별히 정해진 나이는 없습니다. 다만 무력감을 겪어본 뒤에 읽으면 훨씬 가깝게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