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 서평 – 지금까지의 철학이 전부 고백이었다

선악의 저편 - 프리드리히 니체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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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은 논문이 아닙니다. 짧은 글이 이백구십여 개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순서대로 읽어도 논지가 쌓이지 않습니다.

선악의 저편은 어떤 책인가

1886년에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이 형식이 불친절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니체는 체계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이라, 체계를 안 만드는 게 오히려 일관됩니다.

첫 장에서 철학자들을 공격합니다. 지금까지의 철학은 진리를 찾은 게 아니라 자기 편견을 정리한 것이고, 모든 위대한 철학은 저자의 고백이었다고 적습니다.

문장이 좋습니다. 철학책 중에 이만큼 잘 쓴 문장은 드뭅니다. 다만 그 점이 이 책의 함정이기도 합니다. 잘 쓴 문장은 근거 없이도 설득력을 갖기 때문입니다.

핵심: 그리고 선과 악이라는 구분 자체를 뒤집습니다. 약한 자들이 강한 자를 악하다고 부르면서 도덕이 생겼다고 봅니다.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위험한 대목입니다.
  • 체계를 만들지 않는 것이 이 책의 형식
  • 가장 많이 오용된 철학서 가운데 하나
  • 문장이 논증을 대신하는 대목이 있다

읽으면서 걸린 지점 5가지

  1. 형식 자체가 주장입니다
    짧은 글이 나열되어 있고 결론으로 수렴하지 않습니다. 체계를 의심하는 사람이 체계를 안 만든 것입니다.
  2. 철학을 고백이라고 부릅니다
    객관을 자처하는 글 뒤에 저자의 성향이 있다고 봅니다. 이 지적 자체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3. 도덕의 기원을 뒤집습니다
    선악이 원래 있던 게 아니라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강한 논지인데 근거는 얇습니다.
  4. 실제로 아주 나쁘게 이용됐습니다
    본인의 의도와 다르다는 게 지금은 정리되어 있지만, 읽으면서 그렇게 읽힐 만하다고 느낀 것도 사실입니다.
  5. 문장이 논증을 대신합니다
    철학책 중에 이만큼 잘 쓴 문장은 드뭅니다. 다만 잘 쓴 문장이 근거를 대신하는 대목이 꽤 있습니다.

기억에 남은 장면

괴물과 싸우는 사람에 대한 짧은 글입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기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적습니다. 네가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고.

이 대목이 오래 남는 이유: 두 줄뿐이기 때문입니다. 설명도 논증도 없이 던지고 다음 항목으로 넘어갑니다. 설득하지 않고 남겨두는 쪽을 택하는 것, 그게 이 책의 방식입니다.

한눈에 보기

항목 내용
지은이 프리드리히 니체 (1886년)
분량 보통입니다. 짧은 글 290여 개입니다
성격 철학서이자 아포리즘 모음입니다
문장 밀도가 높습니다. 번역본 차이가 큽니다
추천 니체를 원문으로 처음 만나보려는 분
점수 8.0 / 논증보다 선언이 많고 오용되기 쉬운 만큼 깎았습니다

총평: 문장의 밀도만으로 남을 값이 있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 데나 펴셔도 됩니다.

다만 인용구만 뽑아 읽는 건 위험합니다. 이 책이 가장 많이 오용된 방식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앞뒤를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이 책의 한 문장: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도덕경 — 뜻밖에 잘 맞습니다. 둘 다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다만 노자는 힘을 빼라 하고 니체는 힘을 말합니다.
  • 이방인 — 소설로 이 온도를 느끼시려면 이쪽입니다. 도덕을 설명하지 않는 인물이 나옵니다.

Q&A 자주 묻는 질문

Q1. 니체를 처음 읽는데 이 책부터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차라투스트라보다 훨씬 접근하기 쉽습니다. 짧은 글이라 끊어 읽기도 좋습니다.

Q2. 순서대로 읽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각 항목이 독립적이라 아무 데나 펴셔도 됩니다.

Q3. 번역본 차이가 큰가요?

큽니다. 문장 자체가 중요한 책이라 더 그렇습니다. 서점에서 몇 항목을 비교해 보시길 권합니다.

Q4. 나치와 관련이 있나요?

니체 사후에 여동생이 원고를 편집해 악용한 것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본인의 주장과는 다릅니다.

Q5. 인용구만 봐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맥락 없이 뽑으면 정반대로 읽히는 대목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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